어린시절에 대여점에서 본 만화책을 매일매일 다음권을 빌려 보면서 푹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이 제 인생 첫 만화였고, 그것이 <드래곤볼>이었죠. 남자애들은 에네르기파를 따라하며 내가 손오공이네 난 프리저네 하며 뛰어 놀곤 했습니다.
뭇남자들의 상상력을 키워준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가 지난 1일에 별세했습니다. 철이 들 무렵부터 잊고 지낸 손오공을 영영 떠나보낸 기분입니다. 지구와 우주를 넘어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가는 손오공처럼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그를 기억하기 위해 토리야마 작가에 대한 몇가지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1. 어릴적에 아버지와 함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를 관람한 토리야마는 영상미에 충격을 받고 점점 그림에 빠지게 된다.
2. 디자이너로 첫 사회생활을 한 토리야마는 퇴사 후 처음 만화가가 될 때 2년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접겠다고 부모님과 약속했는데, 그의 첫 장편 연재작 <닥터 슬럼프>로 당당히 2년 안에 성공을 이룬다.
3. <닥터 슬럼프>는 '주간 소년 점프'를 부흥시킨 주역으로 이때 토리야마는 <드래곤볼>을 연재하기 전인데도 일본 납세자 순위 10위권에 들어간 최초의 만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옴니버스 방식인 <닥터 슬럼프>의 연재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기 힘들어했던 토리야마는 잡지사에 완결을 요청했는데, <닥터 슬럼프>보다 더 재밌는 만화를 그리면 허락하겠다는 조건이 걸린다.
4. 토리야마는 곧바로 새로운 단편 작업에 들어갔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편집자인 '토리시마 카즈히코'가 회의를 위해 토리야마의 집을 방문한다. 토리시마는 '성룡' 영화를 틀어놓고 작업했던 토리야마를 보고 '무술 만화를 그려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거기에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여 <드래곤 보이>라는 단편을 그렸는데, 훗날 <드래곤볼>로 연재하게 되는 작품이다.
5. <드래곤볼>은 연재 초기엔 크게 인기가 없었으나 개그 성향이 강했던 초반 분위기를 액션물로 전환하고, '크리링'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투입하고 천하제일무술대회를 전개한 후엔 보다 강력한 빌런인 '피콜로 대마왕'이 등장하고 만화의 인기가 치솟게 된다.
6. <드래곤볼> 셀 편이 종료될 때 일본 문부성 차관이 와서 연재를 이어달라고 부탁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만화가인 아내와 결혼하기 전까진 출판사에서 붙여주는 어시스턴트 외엔 모두 자신의 힘으로 그렸고 그럼에도 10여 년간 단 한번의 연재 펑크가 없었다.
7. <스타워즈> 같은 SF 장르의 팬이기도 하고 메카물, 밀리터리 덕후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엔 다양한 탈것과 로봇들이 등장하는데, <닥터 슬럼프> 연재 시기에는 자동차가 많이 나와서 편집자에게 "이 만화는 자동차가 주인공이냐"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취미인 프라모델 조립을 하기 위해 마감을 지켰다고 한다.
8. 공교롭게도 그의 사망연도는 드래곤볼 40주년이며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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