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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배회하는 생명의 힘은 어디로 향하는가⎟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서울시립미술관

by 포토크리에이터 Bear 2023. 2. 22.

전시장 모습

 

들어가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전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 너무나 감동적인 전시였다는

후기가 들려오기에 기대가 됐습니다.

 

좋은 공간과 기획으로 대부분 만족스러운 전시를

보여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였기에

더욱 기대감을 품었습니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붐벼서 제 생각보다 이 전시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키키 스미스의 첫 아시아 개인전입니다.

80년대부터 이어져 온 키키 스미스의 방대하고도

실험적인 작품 세계와 그에 감응하는

공간이 어우러진 전시였습니다.

 

지금부터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개를 해드릴게요.

 

 

 

 

키키 스미스의 초상(좌) / 작품 <메두사>(우)

자유로운 방랑자, 키키 스미스(Kiki Smith)

키키 스미스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인 표현으로

1980-1990년대 미국 현대 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사람입니다.

 

작가가 예술에 입문하기 시작하던 1980년대,

이 시기에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까지

차례대로 겪으며 생명의 불완전함과

취약함에 대해 숙고하게 됩니다.

 

해부학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사와 이러한 배경이

맞물리는 것을 계기로 스미스는 신체의

안과 밖을 오가며 탐구합니다.

 

나아가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

동물, 자연, 우주 등의 주제와 함께 매체를 확장하여

경계를 두지 않는 작품 세계를 구축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신체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단지 여성성을 해석하거나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체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라고 말합니다.

 

스미스는 본인의 예술 활동은

'정원 거닐기'라고 칭합니다.

이 말은 그가 여러 매체와 개념의 경계를

맴돌고 사유하며 배회하는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자유낙하'는 스미스의 작품에 내재된

분출과 생동의 이미지를 의미하며,

범문화적인 서사를 가진 작가의

지난 40여년의 작품 세계를 한데 묶는 연결점입니다.

 

한편, 달이 지구를 맴도는 자유낙하 운동처럼

배회를 통해 매체와 개념을 확장해 온

작가의 수행적 태도를 동시에 담아냅니다.

 

키키 스미스 / 출처 : 위키피디아

 

 

 

작품에 대한 감상

키키 스미스의 작품은 앞선 작가 소개처럼

표현의 영역이 방대하며 경계를 넘나듭니다.

신체에 대한 탐구로 가득한 그의 시선에선

일상적인 물건이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오브제가 되고, 널리 알려진 민화와 설화는

그의 방식대로 재해석됩니다.

 

위의 사진에서 키키 스미스와

소년의 사진이 함께 배치됩니다.

 

'빨강망토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늑대의 역할이 남성이어야 하는지,

연약함은 소녀에게만 해당되는지 의문을 던집니다.

거기에 스미스의 사진에서 그의 모습은

성별을 드러내는 특징 없이 그저 사람의 얼굴을 하고

거친 사진의 질감은 야수성을 표현합니다.

 

이렇게 흔히 인식하는 동화의 내용에서

작가는 그 대상의 신체를 보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풀어냅니다.

 

그 밖에도 깊은 감명을 주는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신을 상징하는 동물의 몸으로부터

여인의 탄생을 나타내는 조각 작품들은

신과 인간의 연결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경외가 느껴집니다.

 

마치 관 속에 들어가있는 듯한 여성의 그림은

바닥에 누워있는 것인지, 아니면 물속을 유영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신체는 연약하지만

그것마저도 자연스럽다는 작가의 심상을 나타냅니다. 

 

 

 

 

세심한 기획이 느껴지는 전시 구성

전시장엔 작품의 분위기를 담은 듯한 향이 퍼져있습니다.

'자유낙하'의 생동감을 전달하기 위해 조향사와 함께

키키 스미스를 나타내는 고유의 향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저는 마스크를 쓰고 관람했기 때문에

온전하게 향을 느껴보진 않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면 특유의 차분함이 느껴져

감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또다른 매력은 '쉬운 글 해설'이

캡션과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해설하는 입장에선

수사적인 표현을 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이해의 허들이 높아지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을 보고 느낀 감상을

표현하지 않을 수는 없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작품의 기존 해설과 덧붙여

쉬운 글 해설을 함께 배치한 건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에 다소 생소한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거리감도 줄일 수 있는 시도로 보입니다.

 

전시장은 넓고 쾌적합니다.

작품끼리 거리가 서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배치되어

시선이 잘 이어지고, 감상의 흐름 속에서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적합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관람자의 입장에서 작품과 작가의 세계관을

여실히 느껴볼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전시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전은

오는 3월 12일까지 진행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3주 정도 남았는데요.

서울시립미술관은 주말에 많이 붐비는 곳이기 때문에

평일 방문을 추천합니다.

 

아직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곧 다가올 봄이 올 즈음

이 전시가 막을 내리니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참조 : 전시 서문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 ~ 2023. 03. 12

📸 iPhone 13 pro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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