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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어느 예술가⎟뮤지엄 한미 윌리엄 클라인 <Dear Folks>

by 포토크리에이터 Bear 2023. 6. 21.

윌리엄 클라인 / 출처 : 뮤지엄 한미

 

전방위적 예술가 윌리엄 클라인

 최근 새롭게 단장한 뮤지엄 한미의 해외작가 기획 전시 <Dear Folks>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0주년 기념으로 한국사진사를 모은 전시에 이어서 윌리엄 클라인의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적잖이 놀랐습니다. 바로 작년에 세상을 떠난 이 독창적인 사진가의 첫 회고전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니 너무나 반가웠기 때문입니다. 이곳 뮤지엄 한미는 그만큼 사진 예술에 진심인 곳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윌리엄 클라인은 20세기 중반부터 다채로운 활동을 보여준 전방위적 예술가입니다. 그는 사진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음에도 예술에 대한 탁월한 재능으로 인해 사진가로만 국한할 수는 없습니다. 윌리엄 클라인은 현대사진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그의 <뉴욕> 시리즈를 비롯해 회화, 디자인, 영화 등 시각 예술의 새로운 판도를 제시합니다. 언제나 군중을 향해 카메라를 겨냥한 그의 인간적인 시선과 도발적이고도 위트 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색다른 시도에서 새로운 지평으로

 위 사진은 보그(Vogue)와 함께한 패션 사진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흰색 선은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이라는 기법으로 피카소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카메라의 장노출 설정을 이용해서 라이트 펜이나 손전등을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이 휘저으면 빛의 궤적이 사진에 찍히는 기법입니다. 지금은 카메라와 조건을 맞춘다면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이지만, 필름을 사용하던 시대에 이러한 촬영 방식을 진행했다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뉴욕> 시리즈를 비롯해 군중을 촬영한 그의 사진들은 마치 눈 앞에서 인물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느낌을 안겨줍니다. 이처럼 윌리엄 클라인은 카메라의 정교한 기술보다 거칠고 이리저리 뒤섞인 인간 군상의 복잡함과 생동감에 주목했습니다. 그의 사진들을 살펴보면 수직수평을 정갈하게 맞추고 균형 잡힌 구도를 잡을 수 있는 사진가인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인은 전통적인 사진 기술을 파괴하고 마치 인상파 화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이 느낀 그 순간의 인상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리하여 보도를 위한 기록물의 역할에 충실했던 당대 사진의 영역이 사진가 개인의 시선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발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클라인은 사진을 비롯해 회화와 디자인, 영화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줍니다. 필름 스트립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추가하는가 하면 낮은 채도와 명도를 활용한 추상화 작업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역량이 여느 화가와 디자이너들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전시장에 적혀있는 그의 말을 살펴보면 그는 표현주의 보다 페르낭 레제와 함께하며 추상화에 더 끌렸다고 합니다.

 

"나는 항상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에 반대로 행했다. 표현주의자들이나 피키소에게 끌리기보다는 결국 레제와 함께했다. 나는 그다지 기술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사진가가 되었다. 기계를 사용하면서 기계가 형편없이 작동하도록 노력했다. 나에게 사진을 찍는 일은 한번도 사진인 적 없는 것을 찍는 일과 같았다. 영화의 경우도 종종 마찬가지였다."

- 윌리엄 클라인

 

클라인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관성대로 생각하지 않는 성격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번도 사진인 적 없는 것을 찍는 일"이라는 말을 보면 주류의 방식을 거부하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정립해 나갔기에 그의 작품이 독창적으로 보이는 듯합니다.

 

 

⎟탁월한 예술가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전시

 이번 뮤지엄 한미의 기획전은 국내의 사진전 중 반드시 관람해야 할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윌리엄 클라인의 방식은 증명을 위한 기록으로 기능하는 현대의 사진문화를 돌이켜 보게 합니다. 형식보다 본질에 집중한 사진이란 무엇인지 반 세기 전부터 이를 몸소 보여준 사진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한국사진사부터 원로 사진가의 회고전을 진행하는 뮤지엄 한미가 앞으로 보여줄 전시들이 기대됩니다.

 

 

 

📍 뮤지엄 한미

🗓 2023.05.24. ~ 2023.09.17.

📸 iPhone13 Pro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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