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ght

최악의 기획을 만난 전시⎟더 현대 서울 <Viva Arte> 후기

by 포토크리에이터 Bear 2023. 1. 30.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더 현대 서울 6층 Alt. 1에서 진행 중인 <Viva Arte>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더 현대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시는 대부분 관람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전에 패션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을 모은 <매직샷> 전시는 좋은 감상을 안겨줬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장소로 더 현대 서울이 꼽히는 만큼 그 전시 기획력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Viva Arte> 전시는 실망감으로 가득했습니다. 형편없는 기획과 전시 구성으로 작품들이 불쌍하게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공간, 자본력 등 가지고 있는 요소가 많을 것이 분명할 더 현대 서울에서 어떻게 이런 전시가 탄생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으로 이번 전시 <Viva Arte>에서 느꼈던 단점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전시 구성

  전시는 작품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유명한 작가의 전시는 그 이름과 작품의 상징성 만으로도 관객을 만족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가치가 비평에 따라 갈리듯이 전시 기획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감상될지 결정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거장 영화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관람할 때는 집에서 노트북으로 보는 것보단 용산 IMAX에서 비싼 돈을 주고 감상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경험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처럼 전시의 기획과 구성은 중요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제 귀를 의심케 한 음악이 공간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치 지하철 환승역 공익 광고에서 들을 법한 음악이었습니다. 공익 광고를 폄하할 의도로 비교하거나 그러한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 전시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짧고 템포가 빠른 음악이 반복적으로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데 이건 감상에 방해를 주는 요소입니다.

 

  전시장과는 어울리지 않아 산만하게 느껴지는 음악을 bgm삼아 작품을 감상하러 들어가 보면 그 흔한 전시 팜플렛이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몇몇 작품은 캡션이 벽 한 켠에 붙어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이 전시에서 체감해 볼 수 있습니다. 여백이 좁고 작품을 너무 붙여서 배치했습니다. 여러 개의 액자로 가득 채우는 벽도 있었는데 액자끼리의 수평수직이 맞지 않습니다. 이게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성의 없게 처리했습니다.

 

  어떤 작품은 3단으로 높이를 나눠서 배치했는데 가장 높이 올라가 있는 작품은 고개를 위로 젖혀서 봐야 할 정도로 감상하기 불편합니다. 작품을 눈높이 보다 올려야 한다면 그에 맞는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굳이 위로 볼 필요가 없는 작품을 시야에서 멀어지게 걸어놨습니다. 왜 이렇게 배치했나 보니까 벽의 한 부분에 소방 관련 장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액자로 가릴 수가 없었나 봅니다. 소방 시설은 중요하니 가릴 수가 없다면 작품을 다르게 배치하는 방법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안전을 위한 건데 이걸 왜 지적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이 전시장을 이전에 2번 정도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감상할 땐 안전시설이 눈에 띈 적은 없었으니 이번 전시의 구성 계획이 세심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보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

  이 전시를 보고 가장 문제라고 느낀 점은 “왜 이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했는가?”입니다. 전시장 초입에 붙어있는 전시 서문을 보고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은 해당 전시의 전시 서문 중 일부와 그에 대한 저의 첨언을 정리해 봤습니다.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정보 교류와 의사소통 구조의 민주화로 인해 권력의 과소집중에 따른 권위의 반전 가능성을 점쳤다. 이는 미술계의 변화 형태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 정보화 시대가 정보 교류와 의사소통의 구조를 어떻게 민주화했다는 것인가?
  • 미술계의 변화 형태가 권위의 반전과 어떻게 정확하게 일치하는가?

소위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이며, 뛰어난 작가인지 어떠한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는 끊임없이 주입되고 결정되어졌으며 대중은 그것을 단순히 추앙하거나 모방함으로써, 그들의 권력과 권위를 재생산하는데 기여했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전문가”라는 타이틀과 모더니즘적 사회구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소수의 집단에 의해 평가된 가치는 권위적이기만 한 것인가?
  • 대중은 그저 추앙하기만 하는 존재인가? 여기서 말하는 “그들”이란 누구를 지칭하는가?
  • 필자가 전문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뜻을 풀어보면 전문가는 타이틀만 화려한 따라쟁이에 사기꾼이다. 아주 위험한 발언이다.
  • 모더니즘적 사회구조란 무슨 말인가?

정보화 시대, 디지털 시대, 인터넷 시대 등을 거치며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더 이상 해외작가의 새로운 작품 경향 등은 소수의 미술계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몇 번의 클릭으로 알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나만의 취향을 개발” 할 수 있고 그것을 “공유” 함으로써 탑다운이 아닌 바텀업에 의한 트렌드 형성과 미술 영역 개척이 가능해졌다.”

  • 간단한 클릭으로 해외작가의 작품을 알 수 있게 됐다면 이런 기술 발전이 모든 대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가?
  • 나만의 취향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행위가 어째서 바텀업인건가?

이미 팝아트는 물론 하위문화로 분류되던 그래피티나 어반 아트, 일러스트로 비하되곤 하던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등은 당당히 순수 미술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전형적 추상미술이나 코브라(CoBrA) 운동, 엥포르멜(Informel) 등의 복잡한 미술사조의 분류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개인적 경험과 사유의 직설적 작용과 대중의 반작용 또한 대중의 취향 표출이라는 작품과 작가들의 수용이라는 반작용이 뒤섞여 새로운 작품 흐름이 발견되고 있다.”

  • 전형적 추상미술, 코브라(CoBrA) 운동, 엥포르멜(Informel)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 미술사조의 분류가 복잡하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인가?
  • 마지막 부분은 이해하기가 어려워 문장을 간소화하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이제는 “취향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더 이상 형식과 전통적 규범에 얽매이기 보다는 대중과 자유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시대임을 알리는 대표적인 6개국 22명의 작가의 작품 1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viva arte(예술만세!!)” 누구나 즐기고 소통할 수 있으며 스스로가 트렌드의 소비자이자, 트렌드세터인 시대이다.”

  • 전통적 규범은 배쳑해야할 대상인가?

 

 

  전시 서문을 보면 이 전시의 기획자는 경험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술 분야는 소수가 지배하는 권위적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고 민주화된 세상이니 누구나 예술을 경험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탈권위의 시대라고 주장합니다.

 

  탈권위가 현대 문화의 대세인 것은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만 자칫 잘못하면 탈권위라는 단어 자체는 기존의 권위자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질서를 잡자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권위는 체제가 바뀌어도 이어집니다. 권위는 사라질 수 없습니다. 간혹 권위를 가진 세력이 무조건 악이라고 규정합니다만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됩니다.

 

  현대 사회 흐름의 골자는 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뜻으로 저는 해석합니다. 그런데 이 전시 기획자는 어째선지 어느덧 혁명이 벌어졌고 케케묵은 과거는 청산하고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되자 “예술 만세!”라고 외칩니다. 위 서문에 따르면 예술은 만능이네요. …정말 그런가요?

 

  이 서문의 가장 큰 문제는 이 글이 사전에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감상자는 기획자가 이 전시를 기획한 목적과 이 작품들이 모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저 탈권위의 발판이 되는 예술 찬양과 함께 요즘 좋은 평가를 받는 젊은 예술가들이라는 타이틀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차라리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 했어도 이 글을 읽고 느낀 거부감이 들진 않았을 겁니다. 작품에 얽힌 글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모든 작품과 작가들에겐 그에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을 관객이 적절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글 또는 말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작가들은 자신의 전시회에서 작품이 잘 읽혔으면 하는 바램을 지니고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전시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해석은 각자의 자유일지 몰라도 간단하게라도 감상을 안겨줬으면 하는 것이 작가의 소망입니다. 이 전시의 서문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작품보다 기획자의 생각이 더 앞섰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여집니다. 서문의 전체를 보면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 기획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인식을 풀어 놓습니다. 그조차도 설명이 불충분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작가와 작품들을 글의 말미에서 열거하기만 하고 전시 기획과 작품들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돈만 버는 게 목적일지라도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전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NS를 통한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인스타에 올려서 인증하고 자랑하기 좋은 공간을 뜻합니다. 이 키워드는 전시 업계에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의 주요 전시장을 가보면 포토 스팟은 기본이고 화려한 전시 구성을 보여줍니다. 전시장 하면 떠오르는 진중한 분위기에서 비교적 관객이 즐기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인스타를 통한 홍보가 중요해지면서 인증하기 좋게 꾸며놓기만 하면 끝이다라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종종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카페에 갔지만 맛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고 앉아있기 불편하고 서비스는 불친절했던 경험 해본 적 한 벅씩은 있으시죠? 구색만 갖춰놓은 공간들이 SNS 노출에만 혈안이기에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게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업자를 비판하고 싶진 않습니다. 돈만 좇는 데에도 정성이 들어가야 하니까요. 소비를 했는데 충족되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건 생산자의 성의가 부족한 겁니다. 바로 이 전시가 그렇습니다.

 

 

  소위 ‘힙하다’는 딱지가 붙여지면 SNS에서 금방 퍼집니다. 거기다 장소가 더 현대 서울이니 홍보 효과는 더욱 확실하죠.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머릿속엔 실망이 가득했지만 전시장 말미에 굿즈샵을 보자 이젠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목적이라면 굿즈라도 잘 뽑아서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비치된 티셔츠는 주름이 져있고 많은 굿즈들 중 쓸만하다고 느껴지는 물건이 없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굿즈로 내놓아야 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굿즈 매출도 고려하지 않은 걸까요? 티켓만 팔고 주변 음식점과 카페 매출 올려줄 생각인가 봅니다. 하물며 팝업 스토어도 정성이 느껴지는 게 요즘 문화입니다. 어떤 팝업은 여타 전시보다 신경 쓴 티가 날 때가 있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이라면 그에 걸맞은 성의를 보여주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 전시

  예술을 찬양하는 서문과는 반대로 이 전시 어디에도 작품을 이해하고 고려해서 구성한 부분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전시는 열리지 않아야 합니다. 전시장은 대중이 예술을 소비하고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이런 식으로 낭비되어선 안됩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작품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기획을 비판하는 겁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이 전시에서 작가들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획의 허점은 적나라하게 보여졌죠.

 

  힙한 전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러한 감상은 작품들의 몫입니다. 기획과 구성에서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작품들이 더욱 빛났을 텐데 아쉽습니다.

 

 

⎟결론

작품만큼 전시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우쳐 준 전시.

 

 

 

 

📍 더 현대 서울 6층 Alt. 1

🗓 22. 10. 08 ~ 23. 01. 15

📸 iPhone 13 promax

댓글